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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이게 강이다!”… 낙동강 상류엔 맑은 모래강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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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5-09-10 14:30 조회 1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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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환경운동가들이 감천과 낙동강 합류부의 맑은 모래강에 들어가 ‘이게 강이다!’ 피켓을 들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환경단체 낙동강 녹조 조사 동행기

지난 5일 경북 구미시 선산읍 원리 낙동강-감천 합류부. 낙동강 녹조 조사에 나선 10여명의 환경운동가들과 어류 전문가, 취재진 등이 감천과 낙동강이 만나는 모래밭에 발을 디뎠다. 가장 먼저 발이 미끄러지듯 빠지는 부드러운 모래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렇게 조금 걸어가자 감천이 나타났다. 유리처럼 투명하고 깨끗한 강물이었다. 깊이 20~30㎝ 정도 되는 물속을 들여다보니 모래알이 햇빛에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사람이 나타나자 물속에서 멈춰있던 물고기들이 재빨리 사라졌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생명강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은 “4대강 사업으로 우리 강에서 모래와 자갈이 없어지고 시꺼먼 펄이 나타났다. 감천은 4대강 사업 이전 우리 모래강의 원형을 보여준다. 강에 모래가 많은 것은 물이 깨끗하다는 뜻이다. 물과 모래가 깨끗해서 검사용 물과 흙을 뜰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감천을 만난 환경운동가들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물속으로 뛰어들어갔다. 가슴장화를 입은 사람도 있었지만, 가슴장화를 입지 않은 사람도 그냥 옷을 입은 채로 물속으로 들어갔다. 물속에 몸을 담그고 잔잔히, 또는 빠르게 흐르는 강물을 보며 저마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 김종원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모래강의 물속으로 들어가니 아이가 된 느낌이 들었다. 미지근하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한 물속에서 ‘아, 이게 우리 강이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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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흰수마자도 발견했다. 어류 전문가인 성무성 물들이연구소장과 채병수 담수생태연구소장이 모래와 구분하기 어려운 10여마리의 어린 흰수마자를 확인했다. 멸종위기종인 흰수마자는 깨끗한 물에 사는 대표적 어종으로 4대강 보 수문이 개방된 금강에서도 여러 차례 발견됐다. 낙동강에서도 지난달 13일 채 소장과 성 소장이 9년 만에 발견했다.

아이처럼 물속에 들어가 강다운 강을 즐기던 환경운동가들은 잠시 뒤 다시 피켓을 들었다. 낙동강 녹조 조사를 하며 곳곳에서 들었던 ‘이게 강이냐?’ 피켓이 아니라 이번엔 ‘이게 강이다!’ 피켓이었다. 한 글자, 한 부호가 달라졌는데, 그 차이는 하늘과 땅이었다. 환경운동가들은 모두 함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이철재 부위원장은 “울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의 이번 2박3일 일정이 모두 이렇게 감동적인 모습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나머지 일정은 그 반대편이라고 해야 했다. 사흘 동안 환경운동가들은 15곳을 방문해 물과 흙을 떴는데, 감천을 제외한 대부분의 물에서 녹조 알갱이가 보였고, 검은 흙에서 썩은 냄새가 났다. 검사 결과는 이달 말께 나온다.

가장 녹조가 심각한 곳은 출발지인 경남 김해시 대동면 초정리 대동선착장이었다. 3일 오전 이곳엔 15척의 배 사이로 찐득한 녹조가 가득했고, 악취도 심했다. 이곳을 방문한 환경운동가들에겐 마스크를 준비하라는 사전 연락이 갔다. 현장에선 악취로 머리가 아프다는 말이 나왔다. 이곳엔 부경신항수협의 김해어촌계 사무실이 있었는데, 과연 이 일대에서 잡은 물고기나 해산물을 먹을 수 있을지 몹시 의심스러웠다.

이런 짙은 녹조와 악취는 이어서 방문한 경남 창원시 본포 취수장 부근과 함안군 함안보 칠서 취수장 부근에서도 그 정도가 덜할 뿐 계속 나타났다. 특히 칠서 취수장 부근 선착장엔 길이 150m, 깊이 3m의 녹조 차단막과 녹조 제거설비, 수중포기기(공기주입장치) 등의 장비가 설치돼 운영되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임희자 낙동강 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사람이 많은 주말엔 녹조를 감추기 위해 녹조 제거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식수로 사용되는 물에 녹조 제거제를 사용한다면 인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참석한 한국수자원공사 조수민 차장은 “지난 10여년 동안 여기서 녹조 제거 물질을 사용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4 일 오전엔 경남 합천군 덕곡면 학리를 찾아갔다 . 이 마을의 남쪽에 동서 70m, 남북 30m 의 규모로 설치된 학동 저수지는 농사용이다 . 과거 이 저수지는 산에서 내려온 샘물과 빗물을 쓰다가 현재 낙동강 함안보에서 강물을 끌어온다 . 4 대강 사업 이후 녹조가 창궐하면서 물뿐 아니라 녹조도 함께 이 저수지로 들어왔다 . 지난 2022 년과 지난해 환경운동연합 조사에서 물과 공기 , 농산물 , 사람에서 모두 녹조 독소가 검출됐다 . 이 동네에 사는 권만자 (83) 할머니는 “ 검사에서 나쁜 게 ( 녹조 독소 ) 가 나왔는데 , 농사 지어야 하니 그냥 이 물을 쓴다 . 예전엔 빗물이나 샘물을 쓰니 깨끗했다 . 그래서 우물을 파달라고 하는데 , ( 정부에서 ) 안 파준다 ” 고 말했다 .

2013년부터 10년 이상 낙동강 녹조 조사단장을 맡아온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낙동강 녹조는 해가 갈수록 점점 더 심해진다. 그만큼 낙동강 주변 영남권 주민들의 건강이 우려된다. 녹조의 원인은 부영양화, 수온 상승, 물의 정체인데, 가장 필요한 것이 물을 흐르게 하는 것이다. 낙동강에서 물을 흐르게 하려면 취·양수장을 개선해 보를 열어야 한다. 무엇보다 취·양수장 개선 예산 마련이 시급하다. 그래야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환경부는 2026년 4대강 취·양수장 개선 예산으로 380억원을 책정했는데, 이것은 낙동강의 취·양수장 개선 비용(6990억원)의 5%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이번 낙동강 녹조 조사 첫날(3일) 참여한 이학영 국회 부의장(환경노동위원)은 “범정부적 차원에서 녹조 대응위원회를 구성해서 녹조의 원인을 밝히고 대책을 마련하겠다. 다만, 예산은 거의 1년 전부터 준비된 것이라 현재 단계에서 늘리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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