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벨경제학상 아기옹 “한국, 재벌이 혁신 막아…‘중진국 함정’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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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필리프 아기옹 교수가 13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 후 에이피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혁신과 경제 성장 간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필리프 아기옹 교수(프랑스 콜레주 드 프랑스, 프랑스 유럽경영대학원(INSEAD), 영국 런던정경대)와 피터 하윗 교수(미 브라운대), 조엘 모키어 교수(미 노스웨스턴대) 등 세 명의 경제학자에게 수여됐다.
아기옹 교수는 15일(현지시각) 한겨레와 전화 인터뷰에서 “기존 기술을 대체하는 새로운 혁신, 즉 ‘창조적 파괴’의 누적이야말로 장기 성장을 이끄는 핵심 요소”라며 “성공한 혁신가에게는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면서도, 그들을 대체하려는 다음 세대의 혁신가를 어떻게 장려하고 보호할 것인가 하는 근본적 모순을 관리해내는 게 성장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공동 수상자인 피터 하윗 교수와 함께 ‘창조적 파괴’ 과정을 정교한 수학적 모델로 체계화한 아기옹 교수는 저서 ‘창조적 파괴의 힘’(The Power of Creative Destruction)에서 한국, 중국, 브라질, 칠레 등을 예로 들어 중진국 함정 문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바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 경제는 추격형 모델로 급성장한 뒤 장기 저성장 국면에 머물러 있다. 한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고 평가하는가.
“한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고 단정 짓고 싶진 않다. 하지만 그럴 위험이 있다고 말할 수는 있다. ‘재벌’이 문제다. 이들은 한국의 성장을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새로운 기업의 등장을 막는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재벌의 영향력이 일시적으로 약화했을 때 많은 경쟁 속에 새로운 기업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고 덕분에 한국 경제가 일정 기간 활력을 되찾았다. 최근 재벌이 다시 힘을 회복해 새 진입자를 막으려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외환위기를 극복하던 시점보다 성장세가 둔화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이 중진국 함정의 위험에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중진국 함정에 빠질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한 제언이 있다면.
“첫째는 교육이다. 좀더 ‘발명 친화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한국은 이미 훌륭한 교육 시스템을 갖고 있지만 너무 규율 학습 중심이다. ‘연장자를 존중하라’는 식이다.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을 허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어른이 하는 말을 의심하고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는 경쟁정책이다. 신규 진입자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장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좋은 혁신가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뒷받침하는 금융 생태계도 필요하다. 혁신을 지원해줄 수 있는 벤처캐피털과 기관 투자자들이 있어야 한다. 세 번째로 노동시장도 창조적 파괴를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의 경우 누구도 해고하지 않는다. 노동시장이 매우 경직되어 있다. 덴마크 모델처럼 가야 한다.”
혁신은 필연적으로 기존 일자리의 소멸을 동반하며, 이에 따른 불안과 저항이 발생할 수 있다. 아기옹 교수는 실직자에게 90% 수준의 임금 보전과 3년간의 재교육 지원을 제공하는 덴마크식 ‘유연 안정성(Flexicurity)’ 모델을 해법으로 제시해왔다. 이 제도는 노동자가 ‘혁신의 피해자’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크게 줄였고, 그 결과 덴마크에서는 창조적 파괴가 원활하게 작동하며, 혁신과 성장이 선순환을 이루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것이 아기옹 교수의 설명이다.
―창조적 파괴의 순환을 유지하려면 보호와 경쟁이 균형을 이루는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말해왔다. 가장 중요한 것이 독점을 막는 것인가.
“그렇다. 물론 기업의 성장을 막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좋은 기업이라면 규모가 커지는 걸 허용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이용해 새로운 이들의 진입을 막아서는 안 된다. 항상 새로운 이들이 들어올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자신이 배제되었다고 느끼게 된다. 그래서 이는 성장을 촉진할 뿐 아니라, 포퓰리즘에 대한 최고의 면역책이기도 하다.”
―큰 시장은 혁신 성공 시 보상이 커서 혁신에 유리하다고 했다. 내수 시장이 좁은 한국은 수출시장이 필요하다. 보호무역주의 파도가 거센데,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맞는 말이다. 한국에는 세계시장이 필요하다. 한국과 캐나다, 유럽이 손잡고 자유주의 국가들의 연합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일종의 자유주의 국제 연합 같은 걸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기옹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비판적이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벌어진 ‘수입 충격’에 대해 연구개발과 교육에 투자하며 혁신을 강화하는 ‘독일식 대응’과 관세를 높이는 ‘트럼프식 대응’이 있다”며 “관세를 통한 대응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보복 조치를 유발해 수출 시장을 잃는다. 이는 혁신 인센티브를 약화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더 많은 사람이 양질의 교육을 받는다면 인구가 감소하는 사회에서도 혁신이 가능하다’고 말한 적 있다.
“맞다. 교육은 보통의 배경을 가진 똑똑한 젊은이들을 혁신가로 성장할 수 있게 해준다.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올바른 교육 정책을 갖추고 있다면 신규 진입자, 즉 새로운 인재 풀을 상당히 확대할 수 있다. 그리고 개선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은 캐나다처럼 (교육받은 인재나 숙련 노동자를 선별적으로 유치하는) ‘스마트 이민’ 정책을 도입하는 것이다.”
―‘포용적 혁신’의 강력한 지지자다. 왜 ‘혁신’이 아닌 ‘포용적 혁신’을 강조하나.
“사람들이 배제되었다고 느낄 때 포퓰리즘이 부상한다. 모두가 이 ‘혁신’의 일원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것이 성장을 위한 좋은 방향이다. 혁신의 정당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포용이 필수적이다. 모든 사람이 ‘나도 혁신할 수 있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혁신과 경제 성장 간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필리프 아기옹 교수(프랑스 콜레주 드 프랑스, 프랑스 유럽경영대학원(INSEAD), 영국 런던정경대)와 피터 하윗 교수(미 브라운대), 조엘 모키어 교수(미 노스웨스턴대) 등 세 명의 경제학자에게 수여됐다.
아기옹 교수는 15일(현지시각) 한겨레와 전화 인터뷰에서 “기존 기술을 대체하는 새로운 혁신, 즉 ‘창조적 파괴’의 누적이야말로 장기 성장을 이끄는 핵심 요소”라며 “성공한 혁신가에게는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면서도, 그들을 대체하려는 다음 세대의 혁신가를 어떻게 장려하고 보호할 것인가 하는 근본적 모순을 관리해내는 게 성장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공동 수상자인 피터 하윗 교수와 함께 ‘창조적 파괴’ 과정을 정교한 수학적 모델로 체계화한 아기옹 교수는 저서 ‘창조적 파괴의 힘’(The Power of Creative Destruction)에서 한국, 중국, 브라질, 칠레 등을 예로 들어 중진국 함정 문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바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 경제는 추격형 모델로 급성장한 뒤 장기 저성장 국면에 머물러 있다. 한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고 평가하는가.
“한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고 단정 짓고 싶진 않다. 하지만 그럴 위험이 있다고 말할 수는 있다. ‘재벌’이 문제다. 이들은 한국의 성장을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새로운 기업의 등장을 막는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재벌의 영향력이 일시적으로 약화했을 때 많은 경쟁 속에 새로운 기업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고 덕분에 한국 경제가 일정 기간 활력을 되찾았다. 최근 재벌이 다시 힘을 회복해 새 진입자를 막으려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외환위기를 극복하던 시점보다 성장세가 둔화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이 중진국 함정의 위험에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중진국 함정에 빠질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한 제언이 있다면.
“첫째는 교육이다. 좀더 ‘발명 친화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한국은 이미 훌륭한 교육 시스템을 갖고 있지만 너무 규율 학습 중심이다. ‘연장자를 존중하라’는 식이다.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을 허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어른이 하는 말을 의심하고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는 경쟁정책이다. 신규 진입자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장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좋은 혁신가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뒷받침하는 금융 생태계도 필요하다. 혁신을 지원해줄 수 있는 벤처캐피털과 기관 투자자들이 있어야 한다. 세 번째로 노동시장도 창조적 파괴를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의 경우 누구도 해고하지 않는다. 노동시장이 매우 경직되어 있다. 덴마크 모델처럼 가야 한다.”
혁신은 필연적으로 기존 일자리의 소멸을 동반하며, 이에 따른 불안과 저항이 발생할 수 있다. 아기옹 교수는 실직자에게 90% 수준의 임금 보전과 3년간의 재교육 지원을 제공하는 덴마크식 ‘유연 안정성(Flexicurity)’ 모델을 해법으로 제시해왔다. 이 제도는 노동자가 ‘혁신의 피해자’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크게 줄였고, 그 결과 덴마크에서는 창조적 파괴가 원활하게 작동하며, 혁신과 성장이 선순환을 이루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것이 아기옹 교수의 설명이다.
―창조적 파괴의 순환을 유지하려면 보호와 경쟁이 균형을 이루는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말해왔다. 가장 중요한 것이 독점을 막는 것인가.
“그렇다. 물론 기업의 성장을 막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좋은 기업이라면 규모가 커지는 걸 허용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이용해 새로운 이들의 진입을 막아서는 안 된다. 항상 새로운 이들이 들어올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자신이 배제되었다고 느끼게 된다. 그래서 이는 성장을 촉진할 뿐 아니라, 포퓰리즘에 대한 최고의 면역책이기도 하다.”
―큰 시장은 혁신 성공 시 보상이 커서 혁신에 유리하다고 했다. 내수 시장이 좁은 한국은 수출시장이 필요하다. 보호무역주의 파도가 거센데,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맞는 말이다. 한국에는 세계시장이 필요하다. 한국과 캐나다, 유럽이 손잡고 자유주의 국가들의 연합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일종의 자유주의 국제 연합 같은 걸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기옹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비판적이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벌어진 ‘수입 충격’에 대해 연구개발과 교육에 투자하며 혁신을 강화하는 ‘독일식 대응’과 관세를 높이는 ‘트럼프식 대응’이 있다”며 “관세를 통한 대응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보복 조치를 유발해 수출 시장을 잃는다. 이는 혁신 인센티브를 약화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더 많은 사람이 양질의 교육을 받는다면 인구가 감소하는 사회에서도 혁신이 가능하다’고 말한 적 있다.
“맞다. 교육은 보통의 배경을 가진 똑똑한 젊은이들을 혁신가로 성장할 수 있게 해준다.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올바른 교육 정책을 갖추고 있다면 신규 진입자, 즉 새로운 인재 풀을 상당히 확대할 수 있다. 그리고 개선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은 캐나다처럼 (교육받은 인재나 숙련 노동자를 선별적으로 유치하는) ‘스마트 이민’ 정책을 도입하는 것이다.”
―‘포용적 혁신’의 강력한 지지자다. 왜 ‘혁신’이 아닌 ‘포용적 혁신’을 강조하나.
“사람들이 배제되었다고 느낄 때 포퓰리즘이 부상한다. 모두가 이 ‘혁신’의 일원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것이 성장을 위한 좋은 방향이다. 혁신의 정당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포용이 필수적이다. 모든 사람이 ‘나도 혁신할 수 있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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