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트럼프에 ‘핵추진 잠수함 연료 공급’ 공개 요청한 까닭은 > 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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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해군이 2023년 7월29일 제주 남쪽 해역에서 북한 잠수함 침투에 대비해 연합 대잠전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위가 한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율곡이이함이고 아래가 미국 해군 핵추진잠수함 아나폴리스함이다. 해군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이 결단해주면 좋겠다”고 공개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확대 정상회담을 시작하며 “한가지 말씀을 추가로 드리고 싶다. 트럼프 대통령께 충분히 설명을 못 드려 약간의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 공급을 허용해주면, 핵추진잠수함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대통령이 결단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핵추진 잠수함은 핵무기를 싣고 다니는 잠수함이 아니라, 원자력을 동력으로 사용하는 잠수함을 뜻한다. 잠수함은 추진 방식에 따라 ‘디젤-전기추진 잠수함’(디젤 엔진을 가동해 발전기 돌려 만든 전기로 프로펠러 회전)과 ‘원자력추진잠수함’(고농축 우라늄 U-235 핵분열시킨 에너지로 프로펠러 회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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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잠수함은 물 속에서 축전지에 충전된 전기로 움직이다. 전기가 떨어지면 수면 가까이 올라와 공기를 빨아들여 디젤엔진을 돌려 다시 축전지를 충전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이틀가량 잠함하고, 공기불필요시스템(AIP)을 장착해도 최대 2~3주 이상 잠함을 못한다. 잠수함이 수면 근처로 올라오면 위치가 드러나 해상 초계기 등의 공격에 노출된다. 원자력추진잠수함은 이론상으론 무한대 잠항이 가능하지만 승조원 교대 등을 감안해 수개월까지 필요한 시간만큼 물속에서 항행한다.

이 대통령은 “핵무기를 적재한 잠수함을 만들겠다는 게 아니라, 디젤잠수함이 잠항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이나 중국 쪽 잠수함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기 때문)다”라며 “가능하다면 연료 공급을 허용해주시면 저희가 저희 기술로 재래식 무기 탑재한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 동해 서해에 해역 방어활동 하면 미군의 부담도 상당히 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도 덧붙였다.

노무현 정부 이후 한국 정부는 20년 넘게 원자력추진잠수함 확보 검토·준비 작업을 내부적으로 해왔다. 원자력추진 잠수함 확보의 조건은 △국가적 의지 △기술 수준 △핵연료 안정적 확보가 꼽힌다.

이번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원자력잠수함을 확보하겠다는 국가적 의지를 국내외에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북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는데 핵무장이 불가능한 한국 처지에서 원자력추진잠수함으로 북핵 대응력을 높여 국내 안보 불안감을 누그러뜨리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한국은 3600톤(t)급 디젤잠수함인 장영실함을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설계하고 건조해 지난 22일 진수식을 할 정도여서 잠수함 기술 수준도 문제가 없다.

결국 핵연료의 안정적 확보가 관건이라 이재명 대통령의 이날 ‘핵연료 공급’ 요청 발언이 나왔다. 한·미원자력협정은 미국이 동의하면 미국산 우라늄과 장비를 사용할 경우 농축도 20% 미만으로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이 아닌 제3국에서도 핵연료를 구입하면 미국과 협의할 필요가 없지만, 한-미동맹을 감안할 때 한국이 제3국에서 핵연료를 사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이 핵연료를 공급한다면, 한국은 국제사회의 ‘핵무기 개발’ 의심을 벗어나기 위해 20% 미만 농축 우라늄을 원자력잠수함의 추진체에만 사용하겠다고 약속하고 받는 방안이 유력하다. 미국 원자력잠수함들은 핵연료로 우라늄 U-235를 40%나 90% 가량 농축하지만, 프랑스 루비급 원자력잠수함은 농축도 20% 미만의 우라늄을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