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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철가방’과 배달의 ‘게르만’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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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12회 작성일 20-02-12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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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국뽕’ 마케팅으로 유명한 음식배달업계 1위 ‘배달의 민족(배민)’ 지분 87%를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DH)가 무려 4조7000억원에 인수했다. ‘철가방’ 음식배달회사를, 그것도 천문학적인 돈으로 외국 기업이 산다니 온 국민이 깜짝 놀랐다.

[경제와 세상]‘철가방’과 배달의 ‘게르만’민족
이미 배달앱 시장 2위 요기요와 3위 배달통을 인수한 DH는 배민까지 인수하면 배달앱 업계 1, 2, 3위를 모두 손에 넣고 시장점유율을 98% 이상 차지한다. 배민과 요기요의 기업결합 심사를 공정위원회에 신청하면서 “소비자, 음식점주, 라이더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대체 추억의 ‘철가방’ 음식배달 시장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음식점주들이 제공하던 무료배달 서비스가 ‘사업’이 된 것은 자영업자들의 힘겨움에 고객들이 배달료를 양해하면서부터다. 이렇게 탄생한 배달사업자는 음식점 생태계에서 어느새 ‘최상위 포식자’로 등극했다.

온라인 유통시장 규모는 모바일 86조원을 포함해 약 135조원. 음식배달시장도 5년간 매출이 3347억원에서 약 9조원으로 폭증했다. 세계적인 ‘현관 앞 전쟁’으로 ‘영국의 백종원’ 올리버 같은 전통식당들은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음식점주들은 이제 온라인 플랫폼에 참여하지 않으면 생존조차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배달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배달앱 사업자는 소비자에게 받는 배달료 외에 음식점주에게서 배달앱 수수료, 광고비 등 명목으로 매출의 10% 정도를 뗀다. 업체당 한 달 평균 84만원이나 되고 그중 절반이 광고비다. 게다가 독점계약과 판매 목표를 강요하고 책임과 비용을 떠넘기고 가격 인하 요구까지 심각한 ‘갑질’을 일삼지만 음식점주는 울며 겨자 먹기 신세다.

철가방 시절 직원이던 배달라이더는 배달앱 회사에선 계약직도 아닌 ‘지입제’ 용역이나 알바로 일한다. 안정된 일자리는커녕 직장을 찾지 못한 청년이나 팍팍한 주머니사정에 투잡 뛰는 ‘용역’일 뿐이다. 하지만 배달앱 사업자는 유통업 아닌 ‘중개업’이라 낡은 대규모 유통업법으로도 단속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이니 만약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승인하면 먹거리경제가 사실상 한 외국 기업의 손에 놓일 수밖에 없다. 시장의 경쟁자는 소멸하고 음식점주와 소비자의 선택권은 사라지며 열악한 라이더 노동시장은 단일화된다. 엄청난 정보와 시장지배력 독점의 타깃과 피해자는 고스란히 음식점주, 라이더, 그리고 소비자인 국민이 된다.

그래서 이번 일은 방치해온 온라인시장에서 혁신과 상생의 길을 되찾는 계기가 돼야 한다. 우선 정부는 국민생활과 산업생태계에 영향이 큰 온라인 시장에 대한 전면조사에 나서야 한다. 불공정거래를 막고 시장 참여자가 수긍하는 가격체계와 거래질서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공동체가 참여하는 ‘공공앱’ 개발과 운영도 지원할 수 있다. 국회도 중국이나 유럽연합(EU)처럼 시장지배 규제, 조사권과 과징금, 가입자단체 결성권, 분쟁 해결절차 등을 담은 ‘전자상거래기본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 배달노동자들의 고용 안정과 안전망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바야흐로 오프라인·온라인 매출 역전시대, 산업 생태계가 급변하고 골도 깊어간다. 정부는 배달앱시장을 ‘혁신적 신산업’으로 인식하지만 시장의 파이는 늘지 않고 주체가 돼야 할 음식점과 라이더는 단골 잃은 ‘하청노동자’로 전락하고 있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도 정부와 국회가 시장에 맡긴 채 계속 팔짱만 끼고 있다면 머지않아 엄청난 갈등과 사회적 비용을 치를 수 있다. 산업 혁신과 성장은 토종 물고기가 사는 못에 배스를 풀어놓는 게 아니라 플랑크톤이 많게 하고 물고기집을 만들어주며 생태계 교란을 막아줘야 가능하다. 경제민주화를 이루고 경제적 약자를 지키는 것은 헌법적 가치요 국가의 책무이며, 궁극적으로 시장과 경제를 살리는 최선의 길이기도 하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2112042005&code=990100#csidxadabddd6ceaf9f3b6c4131aae40c61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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