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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 장편 서사시 간호사 송미향(宋美香)(5)

글쓴이 : 전성준 날짜 : 2014-02-14 (금) 14:12 조회 : 39860
간호사 송미향(宋(5)美香)
그 뿐만 아니다.
내리 딸 손녀만 다섯을 본 할머니는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보건소를 찾아 땅 바닥을 치며
“손이 귀한 우리 집안에 대를 끊을려는 발칙한 이 년 놈들 당장 나와라..”

입에 게 거품을 물고 험담을 하며
그녀의 머리를 송두리 채 잡아 뽑을 듯한
호통과 역정, 수모에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웠으나
자신을 의지하며 믿고 따르는 두 동생들을 위해
모진 고통과 수모를 이겨야만 했다.

능력 없이 큰 소리만 치는 의붓 아버지 눈치를 살펴 가며
두 동생들 학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처녀 가장,
꽃다운 젊은 나이에 변변한 남자 친구 하나 없이
보건소 가족계획요원으로 시골 동내 이 구석 저 구석을 찾아 다니며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훌륭하게 기르자”라는 표어를
입에 달고 다녔다.
 
스물 다섯, 변변한 남자 친구 한 사람 없는
그녀한테도 늦게나마 훈훈한 봄바람이 불어 왔다.

결핵환자를 관리하는 김 언니를 따라
선암사 가파른 산 기슭 일선암(一禪菴) 암자에서
시를 쓰는 서른 살 문학청년 최영주와 첫 해우를 했다.

서울 ㄷ 신문사 출판국에 근무하는
최영주는 야간대학을 다니며 문학을 전공하는 청년이었다.

납을 녹여 활자를 만드는 조판국 식자공으로 일하던
그는 폐병을 얻었다.
 
헌칠한 키에 덥수룩한 머리와 새카만 눈썹,
잉걸 불마냥 이글이글 타는 듯 빛을 내는
강한 눈빛의 문학 청년 최영주를 처음 보는 순간
미향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 잡았다.

폐결핵 3기,
각혈까지 하는 중증의 폐병환자 라는 말에,
어쩌다 저런 몹쓸 병을 얻었을까
눈물이 펑펑 쏟아질 만큼 그녀는 연민의 정을 느꼈다.

깡마른 수척한 몸에 걸 맞지 않게 들 불처럼 활활 타오르는 뜨거운 눈길.
그리고
가슴을 따뜻하게 적셔 주는 아름다운 시를 쓴다는 폐병쟁이 시인이며,
전쟁 통에 양친 부모를 잃은 피붙이 하나 없는 고아 출신 시인이며,
야간 대학을 다니는 고학생 시인이라는 김 언니의 말을 듣고
미향이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끌려 갔다.
병든 그를 위해 무엇이던 가리지 않고 돕고 싶었다.
매일 한 오큼 씩 먹는 결핵 약은 내성이 강해
간과 위를 상하기 때문에 고단백질의 영양분을 섭취해야 한다고
김 언니는 걱정을 했다.
채식만을 하는 깊은 산골 절간에서 고단백 영양분을 섭취하기란 쉽지 않았다.
김 언니는 혼자 말처럼 폐병에는 생사탕(生蛇湯) 몸에 좋다고 했다.

그녀는 결심했다.
사모하는 그이를 위한 일이라면 무슨 일인들 못하랴.
땅꾼들을 수소문하여 독이 오른 뱀을 사들였다.

가느다란 혀를 날름거리며 꽈리를 꼬고
금방 달려들 듯 꿈틀거리는 뱀을 보는 순간,
혼비백산 질겁을 했으나 폐병환자 최영주를 사랑하는 힘은
그 모든 것을 극복 했다.

늦게 배운 도둑질 날 새는 줄 모른다니…
사랑하는 그를 위한 일이라면은 무섭고 두려운 것이 없었다.
사랑의 힘은 무쇠처럼 단단했고
어느 때는 두부처럼 부드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