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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문제해결 - 변호사 선임의 문제

글쓴이 : 유럽리포트 날짜 : 2013-09-18 (수) 18:09 조회 : 5047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누구나 예기치 않게 법적 문제에 휘말릴 수 있다. 독일은 변호사보험(Rechtsschutz)이 크게 발달한 까닭에 특히 법적 쟁의가 흔한 나라에 속한다.
한국에서는 변호사의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가 단순히 고액의 수임가에 있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지만, 독일에서도 변호사와 접촉해본 분들 대부분은 상당히 불만스러운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우리 교포들의 체험을 들어보면 대부분 불만으로 가득차 있다.
그 이유를 알아보면 몇 가지로 압축될 수 있을 듯하다. 첫째 불만은 변호사의 성의부족이다. 우선 충분한 시간을 내어 문제에 대해 진지하고 성의있게 임하는 태도가 부족하다는 것인데, 아마도 교민들의 사건이 대부분 사소한, 말하자면 돈이 안되는 사건이라는 데에 제일 큰 이유가 있을 것이다. 변호사들은 최소의 시간투자와 노력으로 사건을 마무리지으려 하는데, 사실 이것이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없으며, 무성의하다는 것 역시 상당히 주관적인 느낌일 수 있다. 다만 우리가 문제삼는 것은 비전문가가 보기에도 역력하게 무성의를 드러내는 경우라고 하겠다.
독일변호사에게 이에 대해 질문을 던져 보았다. 그의 답변은 솔직하고 직설적이었다. 외국인에게는 무성의하더라도 밖으로 소문날 염려가 없으며 어차피 외국인 고객은 드물어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변호사들이 갖는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얼마 전 작은 교통사고건으로 법정쟁의가 있었다.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돈이 안 되는 작은 사건이지만 당사자에게는 차량수리비가 걸려있어 액수가 만만치 않은 재판이었다. 원고인 한국인측의 변호사는 직장에서 선임해준 변호사사무실에서 나왔다.
판사는 사고의 피해자인 한국인에게 사고와 관련된 주변사항을 너무나 자세히 캐물었다. 직접 사고목격자가 없으므로 간접적으로 상황판단을 하기 위함이었다. 질문이 끝나고 판사는 한국인 변호사측에 추가 질문이 있느냐고 물었다. 변호사는 처음에는 없다고 하다가 곧이어 자기 고객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이 사고 지역이 직선도로냐 커브였느냐 하는 질문이었다. 이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에 이것이 중요한 관건이었던 것이다. 한국인의 부주의로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변호인이 고객에게 도움은 커녕 오히려 불리한 점을 판사에게 환기시킨 결과가 됐다. 재판시간에 1,2분 늦게 도착한 이 변호사는 재판내용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인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 좋은 사례이다. 일단 변호사 사무실에서 위임장에 사인을 하고 나면 변호사로서는 안심할 수 있다. 사건해결에 10분을 투자하든 1시간을 투자하든 자기 수입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뿐더러, 외부에 자기에게 불리한 소문이 날 위험성도 없는 외국인이므로 더더욱 안심이 될 것이다.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승소하는 경우 변호사에게 일정금액을 지불한다는 계약조건이 일반화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독일의 제도가 오히려 변호사를 무성의하게 만든다는 본보기도 될 만 하다. 2006년 7월 1일부터는 법적 수임액규정이 없어지고 수임료를 자유롭게 흥정할 수 있게 된다고 하니 그 결과가 주목된다.

변호사에 대한 또 다른 불만이 있다. 고객이 의뢰한 사건에 대해 내용검토도 없이 무조건 사인부터 얻어 놓는 행태이다. 심한 경우에는 승소 가능성을 사실대로 알리지도 않는다.
한 예로 한국학생이 의대 재학중 중간시험(Physikum)에 낙방했다. 그는 한국식으로 공부를 더 해서 재시험을 치르기보다 더 편리한 독일식 법정대응을 택했다. 학생의 하소연을 들은 변호사가 당장 교수를 상대로 고발해도 승산이 있다고 재판을 종용한 것이다. 결국 어리석게 이 한국학생만 당한 셈인데 판결은 타 대학에서 재시험을 치르라는 것이었고 물론 잘 될 리가 만무였다. 특히 의학계의 집단이기주의 앞에서는 아무런 반론도 용납되지 않고, 의료사고에 대한 법정소송도 거의 승산 없이 끝나는 독일의 현실을 아는 변호사에게 이 정도 상식이 없을 리 없건만, 애꿎은 외국학생만 당한 셈이다.
요즘 독일대학에서 배출되는 변호사 수는 연간 8000명. 실제 사회의 요구는 4000명에 불과하다. 그만큼 치열한 경쟁사회가 법조계이며 현재 개업중인 변호사도 상당수가 문을 닫게 되리라는 전망이다. 택시운전 등을 하면서 변호사직은 제2의 직업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때일수록 소비자에게 쉽게 피해가 올 수 있다.
변호사선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작은 교통사고라도 경험한 분이라면 절실히 느낄 것이다. 사고현장에서는 상황이 너무나 명확해 보여도 법정에서 정반대의 주장을 하는 경우가 흔히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증인이 없는 경우에는 적극성있는 전문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흔히 일반시민이 법적 문제에 부딪칠 때 당황하게 되는 이유는, 아무리 작은 교통사고의 경우에도 변호사선임이 필요하다는 사실과, 다음 단계로는 변호사선임의 어려움 때문일 것이다. 지인의 소개이거나 혹은 무조건 규모있는 유명변호사를 택한다고 성공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듯 ‘누구의 소개’라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 독일이다. 최근에는 15Euro에 1차 면담을 해준다는 할인변호사도 생겨났다. 정규수임료는 190 오이로이다.
또 한가지 유의할 점이 전문변호사 선택이다. 전문변호사 제도가 도입된 분야는 6개 분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수십, 수백 가지 분야로 세분화된 법적 문제를 1인 변호사나 소규모 사무실에서 능률성 있게 성공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요즘은 법조계 전체가 전문화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 자격증도 시간을 요하는 과정이지만 앞으로는 필수적인 조건이 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참고로 본지 발행인인 한독협회는 앞으로 교민사회의 이런 어려움을 덜어주는 데에 일역을 맡기로 했다. 경험과 성의와 실력을 바탕으로 양심적으로 임해줄 수 있는 변호사를 엄격한 기준으로 선별하여 필요한 분에게 소개하며 필요시 번역이나 통역업무를 맡기로 했다.)

그러나 가장 안전한 방법은 자신의 노력인지도 모른다. 근래 사업을 하는 분중 부동산업체와 계리사를 상대로 한 법정쟁의에서 변호사 도움없이 자신의 변호로 성공한 분이 있다. 장기간 독일어 학습에 노력을 아끼지 않은 덕분이라 하니, 가히 새겨들을 얘기인 듯 싶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