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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우정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5-07-19 (일) 04:13 조회 : 1595
그리스와 유럽채권단간에 합의가 이루어지고 각기 의회를 통과하면서 빚쟁이와  전주간의 전쟁은 소강상태에 들어섰다.  그간 협상과정을 돌이켜 보건대 그리스인에게는 독일정치인 특히 재무장관이나 메르켈 수상에 대한 반감이 크게 표출되었으며  반대로 독일측은 불과 몇 달 안되는  기간에 그리스인에 대한 철저한 인간적불신감을 갖게 되었다.

협상분위기는 그만큼 험악했다.  일관성이 결여된 주장이나  상식 이하의 무례한 작태가 울분을 터뜨리곤  했다.  예를 들면 그리스대표는 협상에서 합의를 마친 사항에 대해 회의장을 떠나면 곧  이에 정반대되는  주장을 기자에게 털어놓으며 결과를 뒤집어 버린다.
‚불에 기름을 치는‘ (Oel ins Feuer giessen) 행위를 한다고 채권단은 흥분했다. 이런 언동 하나하나는  모두가 계획된 쇼에 속했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같이 원색적 비난이 오가고 위선과 냉소적인 분위기속에서 추악함이 정점에 달한 것은 그리스 재무장관의 발언이 계기가 되었다.  그는 채권단의 요구를 ‚테러행위‘에 비유한 것이다.  이는 확실히 도를 넘은 발언이었다. 
이 사건 이후 독일의 여론은 더욱 악화되었다.  토크쇼에 나온 한 경제학자는 그리스인의 행태에 대해 ‚비문명화된‘(unzivilisiert)‘  짓이라고 비난했다.  그리스인에게 이보다 더 큰 모욕적인 언사가 없을 것이다.
독일언론은 그간 사실보도에 그쳤으나 배후로 압력행사가 있었나 보다. 말썽많은 이 재무장관은 곧 사표를 냈다. 그는 경제학의 게임이론에서 활발한 저술활동도 하며 유럽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맡아오던 인물이다. 
 궁금증은 ‚문명인답지 못한‘ 그리스인의 행태에 쏠린다.  자기들의 협상방법에 대해 그리스 재무장관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논리의  문제라고 했다.  전형적인 좌파의 입장에서 사회변화를 보는 시각이다.  현재 이 그리스 좌파정권의 요직은 최고 부유층으로 외국에서 교육받은  학계출신 정치인들이 잡고 있다.  그리스의 부자라면 세금은 전적으로 탈세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부류에 속한다. 그런데 이제 채권단이 세제개혁을 요구하니 아마도 테러리스트보다 더한 악덕한 부류로 보고도 남을 것이다.
독일 재무장관 쇼이블레는 ‚협약이나 법적 조약의 구속력‘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하며 타일렀다.  수입에 비해 과다한 지출을 하는 국가의 경제가 영원히 번영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으며 언젠가는 강력한 긴축정책 (Austeritaetspolitik)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만큼 강한 고통감수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리스정부는 케인즈 경제이론의 추종자이다. 국가의 부채가 크거나 특히 경제불황시에는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국가의 투자를 요구한다.  돈이 돌아야 소비증대로 경기가 활성화 되기 때문이다. 즉 재정문제협상에서 충분한 구제금융을 요구하는 것이다. 독일이 요구하는 긴축정책에 위배되는 정책이다.
그리스는 감정적인 반항으로 이어갔다.  채권단의 요구에 대해서는 으례히 ‚공갈협박한다‘(erpressen)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독일이 요구하는 강력한 긴축정책은 불필요한 내정간섭으로 필요이상의 절약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연대의식(Solidaritaet)에 호소했다. 
유럽연합의 주요 가치관이 연대의식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부정부패와 무능과 허구가 지배하던 국가 운영자들이 빚을 갚고 절약을 해야 할 때 ‚ 연대의식‘에 매달리는 것은 얄팍한 이중적 작태를 보여주는 가소로움에 지나지 않는다.  이 광경을 보고 있으면 ‚돈에는 우정이 끊긴다‘ (Bei Geld hoert  die Freundschaft auf.)는 독일속담이 연상된다.

이번 협상과정을 겪으면서 그리스에 대해 독일이 종합적으로 얻은 결론은  그리스 정권에 대해 믿음, 신뢰성 (Vertrauen, Verlaesslichkeit)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일반시민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거의 80%가 그리스에 대한 불신을 나타냈다.  그리스는 이제 서방세계에서 가장 비문명적인 국민으로 낙인이 찍힌 셈이다.

메르켈 수상은 앞으로 그리스 지원금에 대해 신뢰보다 감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Vertrauen ist gut, Kontrolle ist besser. (믿음은 좋지만 감시가 더욱 좋다) 라는 독일에 널리 알려진 레닌의 깨달음을 인용한 것이다.  # #